소비에트 연방의 정치국(Politburo)은 소수의 엘리트들로 구성된 합의체로서 국가를 이끌어가는실질적인 최고 권력 기구였다.

초기의 정치국은 볼셰비키의 공산주의 이론가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점차 기술관료나 행정관료 출신들로 대체되어갔다. 정치국 회의는 매주 소집되며 토론 내용은 비밀에 붙여진다. 정치국원들은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었지만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외부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정치국원은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정치국원들 스스로가 자신의 후임을 결정했다. 정치국에는 보통 15명의 정치국원과 5~8명의 정치국 후보위원, 정치국 의장(공산당 서기장), 국방장관, KGB 의장, 주요공화국과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의 제 1서기로 구성되어 잇었다.

혁명기 정치국의 공식적인 역할은 중앙위원회의 소집을 기다릴 수 없는 촉박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정치국은 점차 당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권력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특히 당서기는 정치국에서 논의될 사안과 논의 자료, 정치국의 결정을 집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관장함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레닌이 사망한 이후 스탈린은 바로 이 권한을 사용하여 정치국과 중앙위원회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스탈린 시기의 정치국(1952년에 스탈린은 정치국을 중앙위원회 최고간부회의라는 이름으로 바꿈)은 서기장의 개인 비서 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하자 다시 집단지도체제가 강조되었으며 정치국의 권한은 1964년 최고지도자인 흐루시초프를 실각시킬만큼 강력해졌다.

아래 내용은 누적된 모순으로 소련 체제가 소멸의 초읽기에 들어갔던 고르바초프 시대의 정치국 회의에 대한 옐친(Boris Nikolayevich Yeltsin)의 매우 귀중한 회상을 요약한 것이다. 정치국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려주는 대단히 귀중한 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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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is Yeltsin


-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 Gorbachev) 시대의 정치국 -

정치국 회의는 매주 목요일 오전 11에 열렸다.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그때 그때 달랐다.

브레즈네프 시대의 정치국에서는 언제나 각종 안건의 결정문 초안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은 15분에서 20분이면 끝났다.

"반대 의견은 없습니까?"라고 묻지만 물론 반대는 없다. 그리고 정치국은 흩어져 간다. 

이 무렵 브레즈네프는 자신의 취미인 사냥일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에 그는 미치도록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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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id Ilyich Brezhnev


고르바초프 시대에는 전혀 달라졌다. 보통 회의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정치국원들은 하나의 방에 모인다.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위원회 서기들은 회의홀에 일렬로 나란히 서서 서기장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서기장에 이어서 나머지 정치국원들이 직위 순서로 걸어들어온다.

통상은 고르바초프, 루이시코프, 그 이하는 알파벳 순이다. 우리들(옐친은 정치국 후보위원임) 앞으로 마치 하키선수처럼 정치국원들이 지나가며 한사람 한사람과 악수한다. 한두 마디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묵묵히 악수만 한다.

그리고 우리들을 포함한 전원은 테이블에 앉는다. 한사람 한사람의 좌석이 정해져 있다. 테이블 상석 쪽에는 가로로 교차하는 또 하나의 테이블이 있어 거기에 의장인 고르바초프가 앉는다.

고르바초프는 "오늘의 의제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이라고 묻지 않고 뭔가 자기 혼자만의 잡담 같은 것으로 회의를 시작한다. 어디서 무엇을 보았던가. 모스크바의 거리가 어떻더라 하는 이야기다.

이윽고 안건의 심의가 시작된다. 가령 각료들의 인선 문제. 고르바초프가 사전에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나 어쨌든 후보자는 정치국으로 불려간다.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으로 가고 몇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질문으로서 후보자의 입장이나 견해를 알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후보자의 인증은 대개 5분이나 7분이면 끝난다.

정치국에서 어떤 문제를 심의하려면 사전에 의제에 대한 자료를 훑어보아야 한다. 그러나 자료는 항상 늦게 도착한다. 가끔 1주일 전에 배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하루나 이틀 전에 온다.

어떤 복잡한 문제를 그렇게 짧은 기간안에 연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은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보아야하며, 그 문제에 정통한 사람과의 대화도 필요한데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 것은 고의인지도 모르며 사무처리가 서투른 탓인지도 모른다.

서기국 회의는 매주 화요일에 개최되었다. 그러나 정치국과 서기국이라는 두 기관의 구별은 대단히 애매하다. 보통 서기국에서는 보다 상세한 문제가 위임되어지며, 더 중요한 문제는 서기국과 정치국의 합동 회의로 결정되는 식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민주주의와는 달리 이것은 관료 기구들에게 조정당하는 심의였다. 관료기구가 원안을 작성하고 그 뒤에서는 현실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실제 정세도 모른채, 중앙위원회가 채택한다. 일부의 문제는 몇 사람의 지도자를 초대하여 심의되지만 그것은 대개 원안의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로서 안건을 만든 것은 관료기구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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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hail Gorbachev

통상 회의에서 최초로 발언하는 것은 고르바초프이다. 그는 항상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위해 - 자기 앞으로 온 편지를 한통 또는 두통 읽어주었다. 이 길다란 서곡이 대개의 경우는 관료기구가 준비해 온 법안이나 각령 심의 결과를 결정지어 버린다.

서기장의 말이 끝나면 회의 참가자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2분 내지 5분씩, 대개는 자신의 이름이 발언자로서 기록되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발언한다.

고르바초프는 한층 자신의 연설에 도취되고 있었다. 유창하고 매끄럽게 지껄이는 것을 그는 좋아했고 또한 능숙하였다. 그가 권력에 혼을 빼앗겨 현실감을 잃고 있는 것은 명백하였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진정으로 발전되어 전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환상을 그는 품고 있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 그로미코(Andrey Andreyevich Gromyko) -

정치국원이며 최고회의 의장인 그로미코의 역할은 기묘하였다. 그는 분명히 존재하며 무엇인가를 하고 누구와 회견하며 연설도 하였으나,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최고회의 의장으로서 외국의 요인을 만나기도 했고 초대객을 맞아들이기도 하였으나 대화는 주로 고르바초프 혼자서,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두 사람이 같이 했으므로 그는 마치 현실 정치에서 쫓겨난 형식적인 존재와 같았다. 그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타임머신을 타고 옮겨온 것 같은 인물이다. 따라서 주변의 사건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정치국 회의에서는 반드시 발언했다.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발언은 언제나 장황했다. 국제 문제라도 심의되는 경우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미국에 있었던 시절의 정세는 어떠했고, 그후 외상이 되고 나서는 어떤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고려에 넣어야 할 중요한 문제인데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유엔 회의에서는... 등등.

이런 노인 특유의 무해한 이야기가.. 완전히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하고 무의미한 추억담이 때로 30분이나 계속된다. 고르바초프가 간신히 화를 참고 있음은 그 표정으로도 역력히 드러났다.

한때 활동적이었던 이 사람은 만년에 이르러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별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회의에서 이 사람이 느닷없이 "여러분! 이 점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을 꺼내며 "어디어디 마을에는 고기가 전혀 없다."라는 식으로 발언할 때마다 모두들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훨씬 오래 전부터 고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은 출석자 전원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매일은 대단히 자유로웠다. 출근 시간은 아침 10시나 11시 가까이고 귀가는 오후 6시, 매주 토요일은 휴일이다. 물론 좀더 일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요컨데 커다란 과오없이 자신의 역할을 완수하며, 모두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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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y Gromy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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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 열명을 숙청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명의 스파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 니콜라이 예조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