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의 얼굴 공개여부를 놓고 불필요한 힘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다.

원칙이란 예외없이 지켜지는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흉악한 범인이기 때문에 원칙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야말로 무원칙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론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여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성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문율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바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민정서법이다. 이 법률은 변덕스럽고 때로는 상호 모순되는 국민들의 여론에 의지하는 감성법으로서 목소리 큰 집단들의 프로파간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민정서법에 국가정책이 좌우되는 풍조는 국민들이 노골적으로 현행법을 무시하게하는 행태를 낳고있다.

법체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일단 확립된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원칙에 있어서는 일체의 양보가 없다. 미국의 헌법은 1787년에 제정되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수정없이 적용되고 있다. 단지 시대의 변천에 맞추어 27개의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으며 이것을 수정헌법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 6조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 권리에 따라 1966년 미국 대법원에서는 미란다 경고(Miranda warning) 혹은 미란다 권리(Miranda rights)라는 피의자의 기본권리가 확립되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당신이 하는 말은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며, 당신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이 원칙을 악용하여 법망을 빠져나가는 교활한 범죄자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그런 현상이 가끔 발생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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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에르네스토 미란다(Ernesto Arturo Miranda)라는 인간이 애리조나주의 피닉스에서 은행을 털어 8달러를 강탈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미란다는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로 2시간에 걸쳐 심문을 받았고, 은행강도 사건뿐 아니라 열여덟살의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했다는 여죄까지 자백하였다.

미란다는 이 자백을 근거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사는 애리조나주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패소하자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에 제소하여 헌법적 판단을 구했다. 1966년 6월 13일 연방대법원은 애리조나 주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기존의 자백을 증거로 삼지 않는 조건으로 미란다가 새로운 재판을 받을수 있다고 판결하며,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확립하였다.

미란다는 다른 증거에 입각해 새롭게 기소되어 재심을 받고 1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72년에 가석방되었으나 1976년 술집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칼에 찔려 사망했다.

미란다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미란다원칙'을 내세워 묵비권을 행사한 결과 석방되었다.

우리는 심문을 받는 어떤 사람도 그가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권리와 오늘 우리가 기술하는 특권을 보호하기 위한 체제 하에서 조사받는 동안 변호사와 함께 있을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묵비권과 진술된 어떠한 말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고지와 더불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심문에 전제되는 절대적 필요조건이다.
그 사람이 이러한 권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정황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그 고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로지 그러한 고지만이 피의자가 이 권리를 알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 연방대법원 -
'사료로 읽는 미국사'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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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 열명을 숙청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명의 스파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 니콜라이 예조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