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평일에는 퇴근후에 인터넷을 1시간정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시간의 대부분을 디씨 2대갤에서 보냈습니다만 요즘은 모 사이트로 서식처를 옮겼습니다.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는 곳은 아닌것 같아 주소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밀리터리에 관련된 사이트는 아니지만 예전 디코를 떠올릴만큼 수준높은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곳이라 매우 즐겁습니다. 특히 요즘은 이덕하님이라는 진화심리학자분의 글에 매우 깊이 빠져있습니다.

아래는 그 사이트에 제가 썼던 질문과 이덕하님의 답변.. 그리고 저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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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Carrie Buck 이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캐리는 태어날 때부터 정신박약아였습니다. 그녀가 18세가 된 1927년 Buck v. Bell이라는 유명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버지니아는 1924년 우생학 이론에 따른 단종법을 제정합니다. 이 법률은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동의 출산을 막기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캐리의 변호사는 단종법에 의해 그녀의 생식능력이 제거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시민권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버지니아주의 단종법이 다수의 안전과 복지를 추구한다는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판례에 따라 미국 33개 주에서 1970년대까지 단종법이 시행되었습니다.
 
판결문의 일부를 보겠습니다.

캐리 벅은 정신박약 증세가 있는 백인여성으로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시설에  수용되었다. 그녀는 같은 시설에 있는 정신박약 어머니의 딸이며, 정신박약 사생아를 낳은 어머니이기도 하다. 중략... 

특정 경우에 신중한 안전조치 아래 정신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에게 단종시술을 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과 사회의 안녕을 증진시키며, 남성의 경우는 정관절제술을 통해 여성은 난관절제술을 통해 간단히 시술이 가능하다. 중략...
 
정신병과 저능 등의 전이에서 유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 증명된다. 범죄를 저지른 타락한 후손을 처형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들이 정신박약으로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사회가 그 종을 유지하는 것이 명백히 부적합한 자들을 방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세계 전체를 위해 나은 일이다."


제 질문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바보나 천재가 유전되거나 타고난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둘째, 이건 가치판단의 문제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캐리 벅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후손을 남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요?


아래는 이덕하님께서 올리신 답변입니다.

키, 얼굴 생김새, 신체적 능력뿐 아니라 지적인 능력, 성격 등이 유전된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따라서 개의 성격이나 지능을 인위 선택을 통해서 개량할 수 있듯이 인간의 경우에도 우생학적 조치(인위 선택)를 통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개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인간의 키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고, 수학을 더 잘하게 할 수도 있고, 더 착하게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강제적 우생학적 조치에는 반대합니다. 저는 출산을 하든 말든 그것은 개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증 정신지체자 불임 수술의 경우에는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유전자풀(gene pool)을 고려한 우생학적 조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태어날 아기의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제 딸이 중증 정신지체자라면 저는 불임 수술을 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 딸이 낳은 자식을 제가 부모처럼 키울 자신도 없고, 고아원에 보내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중증 지체자가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종의 개인적 우생학적 조치에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헌팅턴 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식을 낳을 경우 자식이 이 치명적인 병에 걸릴 확률이 50%나 됩니다. 만약 저에게 그런 유전자가 있다면 저는 불임 수술을 받을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신병질(psychopathy)의 유전적 기초가 완전히 밝혀져서 임신 중일 때에 정신병질자가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을 밝힐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현재의 기술로도 다운 증후군의 경우에는 임신 중에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태아 상태(임신 초기)의 제 자식이 다운 증후군이 있거나 정신병질자라는 것이 확실하다면 저는 낙태를 선택할 것입니다. 만삭일 때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는 태어나기 하루 전에 낙태하는 것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죽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임신 후반기의 태아도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음이 명백할 경우 낙태가 허용되지 않습니까? 이 법률과 본문의 법률간에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낙태나 불임을 강제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1. 바보나 천재는 유전되는가?  
대중들이 우생학에 거부감을 갖게되는 가장 중요한 명제인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탄생하는 천재'라는 에디슨의 신화를 믿고 싶어합니다. 낭만적인 생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이 항상 진리는 아닙니다.


2. 열악한 유전자를 단종하는 것이 정당한가?
두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발적인 단종과 비자발적인 단종. 자발적인 단종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고,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생략합니다. 문제는 비자발적인 단종입니다. 가령 자녀에게 50% 확률로 이전되는 헌팅턴병에 걸린 사람이 자발적으로 단종하지 않고 후손을 남기려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때도 당사자의 자발적인 의사를 무조건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올바를까요? 아니라면 강제적으로 그 사람의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것이 올바를까요?

이 문제에 대해는 저는 아직도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3. 장애를 가진 태아의 낙태와 우생학적 단종은 본질적(도덕적)으로 서로 다른가?
이 부분에서 전 이덕하님과 견해가 다릅니다. 우생학적인 단종과 태아의 낙태는 대상자의 자유와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한 행위이며, 도덕적으로는 오히려 우생학적 단종이 태아의 낙태보다는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종은 자발적일수도 강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강제적인 경우에라도 단종은 단지 어떤 사람이 후손을 남기려하는 소극적 자유를 제한할 뿐입니다. 낙태도 마찬가지로 자발적일수도 강제적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제거될 대상인 태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지게됩니다. 낙태 역시 태아에게는 강제적인 조치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장애를 가진(가질수도 있는) 후손을 낳을 권리보다는, 어떤 생명체가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스스로 삶을 유지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훨씬 본질적인 천부인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물론 태아가 인간인지..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간으로 정의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정의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단종법은 진보주의자들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1970년대에 명맥이 끊긴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진보주의자들은 낙태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권을 지키는 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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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 열명을 숙청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명의 스파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 니콜라이 예조프 -